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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조롱…트럼프, 백악관 공식 계정까지 동원해 '바이든 오토펜' 낙인찍다

기사입력 2025.09.25. 오후 05:3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백악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을 담은 기념 공간을 만들어 파문이 일고 있다. 백악관은 24일(현지시간) 공식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대통령 명예의 거리'로 명명된 공간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역대 대통령의 사진이 걸린 이곳에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초상화 대신 '오토펜(Autopen, 자동 서명기)'이 서명하는 모습이 담긴 액자가 걸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45대와 47대 대통령으로 기록된 자신의 사진 두 개 사이에 46대 대통령 바이든의 자리를 의도적으로 비워두고, 그를 상징하는 대상으로 기계 장치인 오토펜을 내건 것이다. 함께 게시된 다른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이한 액자를 무표정하게 응시하는 모습이 담겨, 이 모든 상황이 그의 의지에 따라 연출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견해 차이를 넘어, 전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전체를 폄훼하고 그의 국정 수행 능력이 기계에 의존했을 뿐이라는 인신공격성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오토펜 조롱'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해 온 의혹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고령으로 인한 심각한 인지력 저하를 겪어 실제 국정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참모들이 오토펜을 이용해 대통령 몰래 주요 정책 결정을 내렸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특히 지난 3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기 막바지에 자신의 아들 헌터를 포함해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애덤 킨징어 전 하원의원 등을 대거 사면하자, 트럼프는 "바이든은 직접 서명하지도 않았고 그것이 무슨 조치인지도 제대로 몰랐을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급기야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지난 6월, 바이든 행정부의 오토펜 사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직접 서명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당시 바이든 전 대통령은 "분명히 말하지만, 대통령 재임 기간 사면과 행정명령, 입법 등의 모든 결정은 내가 직접 내렸다"고 정면으로 반박했으며, 백악관의 조사에서도 오토펜이 부적절하게 사용되었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증거 없는 의혹 제기에 그쳤던 정치 공세가 이제는 백악관의 공식적인 기록물로 박제된 셈이다. 사실 이 이미지는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밈(meme)'에서 비롯됐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바이든의 초상화 자리에 오토펜이 서명하는 합성 사진을 올리며 지지자들의 호응을 유도한 바 있는데, 온라인상의 조롱거리를 실제 백악관 내부에 구현한 것이다. 보수 진영의 유명 인플루언서인 베니 존슨은 "바이든의 초상화가 실제로 오토펜으로 대체됐다.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며 환호했고, 백악관 공식 계정은 이 영상을 공유하며 웃는 이모티콘을 덧붙이는 등 조롱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