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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한 푼 토론토, 그런데 왜 오타니가 '공공의 적' 됐나

기사입력 2025.10.21. 오후 05:44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다. 토론토는 21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7차전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에 4-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길고 길었던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었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끌려가다 4승 3패로 대역전극을 완성한 토론토는,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 LA 다저스와 오는 25일부터 운명의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렸던 시애틀은 마지막 문턱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7차전의 승기는 당초 시애틀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1-1로 팽팽히 맞선 3회초, 시애틀의 간판타자 훌리오 로드리게스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5회초에는 칼 롤리가 우월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점수 차를 3-1로 벌렸다. 패색이 짙어지던 토론토는 7회말 공격에서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뒤집었다. 선두타자 애디슨 바거의 볼넷과 아이재어 카이너-팔레파의 안타, 그리고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 3루의 황금 기회에서 베테랑 조지 스프링어가 타석에 들어섰다. 스프링어는 시애틀의 핵심 불펜 에두아르드 바사르도의 2구째 싱킹 패스트볼을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을 작렬시켰다. 이 한 방으로 4-3 리드를 잡은 토론토는 8회와 9회를 완벽하게 틀어막고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토론토의 극적인 월드시리즈 진출 소식에, 정작 일본에서는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타니와 토론토 팬들 사이에 깊게 팬 감정의 골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2023년 12월, 오타니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오타니가 토론토로 향하는 전세기에 탑승했다며 그의 토론토행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내보냈고, 이 소식에 토론토 전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는 희대의 오보로 밝혀졌고, 오타니는 바로 다음 날 다저스와의 계약을 발표하며 토론토 팬들에게 엄청난 실망과 배신감을 안겼다.

 

오타니를 향한 토론토 팬들의 반감은 이미 한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오보 사태 이후 처음으로 토론토를 방문한 2024년 4월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오타니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거센 야유를 감수해야 했다. 이러한 전례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도 오타니가 로저스 센터에 들어설 때마다 당시보다 훨씬 더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를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32년 만의 축제를 맞이한 토론토 팬들이 2년 전의 '오보 사건'을 빌미로 오타니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월드시리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