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인권위원장이 인권의 날 행사에서 쫓겨났다…대체 무슨 일이?

기사입력 2025.12.10. 오후 05:45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이라는 상징적인 날, 대한민국의 인권 수장인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자신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0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2025 인권의 날 기념식'은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안 위원장의 정책 방향과 인권 감수성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인권위바로잡기공동행동'이 행사장 입구를 원천 봉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안 위원장이 차별과 인권 침해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위원장의 기념식 참석을 저지하겠다고 예고한 뒤 실제 행동에 나섰다.

 

오전 9시 50분경, 안 위원장이 행사장에 들어서려 하자 시위대는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비슷한 시각, 안 위원장을 지지하는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회원들이 위원장을 에워싸고 길을 트려 하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안창호는 사퇴하라"는 구호와 "안창호를 지지한다"는 외침이 뒤엉키며 양측의 험악한 대치가 약 5분간 이어졌다. 이러한 물리적 충돌과 혼란 속에서 안 위원장은 한 차례 물러섰고, 이후 행사 시작 시각인 10시와 10시 40분경 두 차례 더 입장을 시도했으나 모두 시위대의 완강한 저지에 막혀 무산되었다.

 


결국 자신의 행사에 들어가지 못한 안 위원장은 밖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앞으로도 모든 국민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권위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짧은 입장을 남겨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시민이 "모든 인권에 성소수자도 포함되냐"고 기습적으로 질문하자, 안 위원장은 "포함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위원장의 불참이라는 파행 속에서 기념식은 예정보다 1시간 20분이나 늦어진 오전 11시 20분에야 겨우 시작될 수 있었다. 안 위원장을 대신해 이석준 인권위 사무총장이 기념사를 대독하고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까지 진행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인권단체의 반발을 넘어, 인권위 내부와 전직 위원장들까지 가세한 안창호 위원장 체제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안경환, 최영애, 송두환 등 전임 위원장들과 전현직 인권위원 28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위가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를 의결해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하며 인권위원장 탄핵소추 규정 신설을 촉구했다. 인권위 퇴직자들 역시 별도의 성명을 통해 안 위원장과 김용원 상임위원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인권위의 수장을 향한 압박은 안팎에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